♣세계자연유산해설사
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이 자리잡고 있는 성산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사랑하는 우리마을을 지키고 있는 원주민입니다. 제가 성산리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7월 2일 유네스코는 성산일출봉에 대하여 자연경관적 가치와 함께 수성화산의 대표 교과서라는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하여 "성산일출봉응회구,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우리나라 최초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유산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또한 2010년 10월 1일에는 성산일출봉이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인증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등재과정에서 주민들간의 극에 달한 찬반갈등을 극복하고 2007년 6월 27일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제31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만장일치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등재권고가 결정된 한밤중의 뉴스낭보는 지금도 내가슴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제주 제1의 관광지로 발돋음 한 성산일출봉에서 한 순간도 그때의 감동을 잊지 않고 보람을 느끼면서 긍지와 책임감을 갖고 세계자연유산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전설... 제가 있는 성산일출봉을 찾아주시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수필창작활동
저는 평소 수필창작할동을 꿈꾸어 오다가 2020년 10월초에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창작을 하였으며 모 문학지에 응모하여 등단이라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저의 등단 수필문학 두 편을 올려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수필초년생 이쁘게 봐주세요..

부부지연 夫婦之緣
한 원 택
“여보! 건강이 회복되면 당신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아내는 잠시 머뭇거림도 없이 대답을 했다.
“만약 내가 건강이 회복되면 주변에 있는 노약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찾아 도우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거예요. 텃밭도 다시 가꾸고 그동안 놓았던 해녀 물질도 시작할 거예요.”
아내는 평소에도 배품과 나눔을 즐겨 했다. 정작, 자신이 병으로 고통을 직접 받으면서부터 주변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그들의 고통을 나누고 싶어 하는 심정을 나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필자는 100 여 평의 텃밭이 있는 시골집에서 태어나, 줄곧 여기서 살고 있다. 우리 집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섬에서 태어난 아내와는 지인의 중매로 만나서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약속하고 결혼을 한지 이제 40 여 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1남 2녀의 자식을 낳았고 그리 넉넉하지는 못해도 소박하고 다복하게 가정을 꾸려 나갔다.
내가 직장에 나가고 나면 아내는 텃밭도 가꾸고 바다로 나가 해녀물질도 했다. 부녀회와 여성의용소방대원으로도 뚝심 있게 사회활동을 해왔다.
그렇게 건강했던 아내가 20여 년 전 건강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제는 불편한 몸이 되어 직접 텃밭을 가꾸지도, 해녀물질을 하지도 못하니 늘 한숨을 토해 낸다. 이러한 아내의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내 마음은 자꾸 미어진다. 아내가 가꾸던 그 텃밭을 어렵지만 내가 가꾸면서 아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다.
최근에 아내는 통증이 심해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 작년 8월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하고 난후 관리가 필요하여 두 차례나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했었다.
집에서 관리를 하여 오던 중 재활치료를 위해 올해 5월에는 세 번째 입원을 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가 입원할 때마다 간병은 내가 맡아 했다.
오늘은 내가 새벽에 잠을 깼다. 아내가 잠에서 깨기 전, 병동에 있는 동쪽 휴게실 창가에 혼자 앉아 있었다. 가랑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느 날, 앞에 내다보이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지나온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이른 새벽을 여는 고속버스터미널은 목적지를 향해 먼 길 떠날 버스들이 즐비하게 터미널을 꽉 채우고 있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버스와 승객들은 서울의 아침을 열어 준다. 목적지도 다르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중에는 건강한 사람도, 내 아내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 테다. 이런 저런 상념에 젖었다가 병실로 돌아왔다. 아내는 눈을 뜨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보! 당신 곁에 내가 있어 좋아?”
“참, 그걸 말이라고 해요? 당신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
아내는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 나를 흘겨본다..
나는 고운 마음을 품고 있는 아내가 항상 내 곁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나를 돌봐주시는 당신께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내가 전해주는 말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연한 것인데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만약 내가 아프고 당신이 건강하다면 나를 내버려 둘래요?”
아내에게 반문하면서 동고동락同苦同樂으로 함께 했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그리고 아내가 건강을 회복하여 즐겁게 봉사할 수 있도록 빌고 또 빌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말이 생각났다.
옛 부터 인생길은 험난한 가시밭길이라 했다. 평탄한 지름길만 있으랴.
사람은 그 험난한 길을 가야하는 운명을 안고 이 세상에 태어나질 않았던가.....
오늘도 병동에서 보행기로 걷기 연습을 하는 아내를 도왔다. 연습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휴게실에 잠시 들렸다. 창밖에는 짙푸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거목들이 빌딩주변에 늘어 서있다. 도심지에 늠름하게 우뚝 선 거목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언젠가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도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말았다.
괭이갈매기
한 원 택
오늘은 휴일이라 아침 식사를 하고나서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화창한 전형적인 봄 날씨가 나를 가만 두지 않으려나 보다.
우리 집에서 올레 1코스에 접한 해안도로를 따라 종달리 두문포구를 향해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바다가 풍겨주는 소금기 어린 내음이 오히려 내 가슴을 시원하게 탁 트이게 해주었다.
제주에서 태어난 것을 큰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해안도로를 접하고 있는 연안에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조개류 등 수산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갯바위와 드넓은 황금색의 모래평야가 드러난다..
올레꾼들과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1코스 구간의 해안도로는 대한민국 일출 1번지 성산일출봉과 섬 속의 섬 우도가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해안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제주올레가 시작되는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여 말미오름을 돌아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고 종달‧시흥리 해안도로를 따라 광치기 해안까지 가는 총길이 15킬로미터 구간으로 완주하려면 약 다섯 시간이 소요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나를 보고 놀랐는지 갈매기들이 작은 돌섬에서 순간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때지어 날아올랐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바다위에 떠 있던 갈매기들도 덩달아 날아올랐다. 이내 날개깃을 편 채로 목청 높여 한 바탕 울어댄다. 배가 고파 우는 건지, 짝을 찾아 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노래 경연을 하듯이 자기들만의 신호로 한 참을 울어대고 멈춘다.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내가 초등학교 때 교내 동요콩쿠르 대회에서 ‘기찻길 옆’을 불러 상을 받았던 기억이 언뜻 떠올랐다.
해안도로에는 띄엄띄엄 휴게소가 있어서 길손들은 이곳에서 잠시 쉬고 가기도 한다. 휴게소 앞 도로에는 바닷바람이 불어와 오징어를 말리는 최고의 장소가 된다. 휴게소 주인은 길손들에게 팔려고 이곳에서 오징어를 말리고 있다. 한편, 오징어를 장만할 때 나오는 내장과 부산물을 앞바다에 내다 버린다. 이것은 갈매기들에게는 고마운 먹잇감이 된다.
겨울철새 오리, 그리고 이름 모를 바닷새는 갈매기들의 세에 밀려 한쪽 구석으로 비켜 앉아 있다. 휴게소 주인 덕택으로 갈매기들은 아주 편하게 먹이를 얻어먹고 있다. 거저먹기다. 이런 관계를 십 수 년 동안 맺다 보니, 휴게소 주인과 갈매기는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었다.
갈매기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눌러 앉아 언제부터인가 영역을 확보하여 터줏대감이 되어버렸다.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갈매기들의 고향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갈매기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여 일정한 서식처가 없는 바닷새로 알고 있지만, 휴게소 주인 덕에 텃새가 되어버린 갈매기를 보면서 ‘멈춤’이란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휴게소에서 커피 한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길손들이 휴게소 앞 원형탁자에 삼삼오오 앉아 있다. 저 멀리 솟아 있는 우도를 바라보면서 눈앞에 펼쳐진 넓은 바다와 해안절경을 즐겨 감상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진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에 흠뻑 취해 한참만에야 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길손들이 일어선 휴게소 해안도로를 따라 갈매기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집으로 신나게 달려 나갔다.